작가노트

  ( 제2회 개인전, 롯데화랑 기획초대전 Busan Lotte Gallery, 2005.5 )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존재로서 인간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존재는 인간이다.물론 사람이 사는 자연환경도 더없이 아름다워지고 소중한 의미가 부여되어야 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고유한 생의 단면이 표출되고 있는 모습을 그린 초상화 작품의 주인공을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경건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사람의 모습 중에서 속마음은 볼 수 없지만 오직 얼굴로부터 읽을 수 있기 때문이지 싶다. 훌륭한 예술품이란 이 세상에서 오직 유일한 것이라고 한다면 고귀한 인간의 각자마다 얼굴 모습은 최고의 예술품이 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초상화가는 예술품을 대하듯이 경건한 작업에 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화가들은 소재를 찾고 기법을 훈련하고 탐구하거나, 작품과정에서도 충족하기 어려운 완성도 등의 이유로 여러 가지 고뇌의 과정을 겪는다.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작품 <모나리자 Monariza>는 남편의 주문으로 30호( 53x77cm)의 작은 화폭에 보통여인을 그린 초상화인데 오늘날과 같이 이름난 여왕보다도 명성이 날 줄이야 누가 짐작이나 하였을까. 평생독신으로 지낸 화가가 4년에 걸쳐 그렸다고 하나 채울수 없는 완성도 때문인지 임종시까지 무려 16년간을 지니고 다녔으며 결국 미완성으로 마쳤다는 일화가 더욱 유명하다. 

현재 미국 초상화가로 이름난 스테판 졋선(Stephen Gjertson :클래식 사실주의(Classical Realism의 화가)은 초상화는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까다로운 작업이라고 하였다. 또한 초상화가는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재능을 가져야 하고 복잡한 일에 대한 적응성과 포용성은 물론이고 끈질긴 집착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초상화 작품에는 인물의 유사성(Likeness)과 정체성(Identity)을 지녀야 하지만 특히 인물 모습에서 고유한 인상(印象)이야 말로 생명처럼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한 사람이 지닌 모습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상을 찾아내는 것도 어려울 뿐 아니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하도록 표현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서구에서는 14세기부터 주로 상류층에 유화가 그려져 왔으나 17세기부터 네델란드의 초상화가 베르메르(Vermeer)와 같이 일반 서민층까지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하여 현재는 서구의 전체 미술관의 약 80%를 초상화 장르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우리 선조들도 거의 상류층의 대상 인물을 살아 생전에 그려서 우수한 초상화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단지 종전까지 일반에게 초상화가 생소하여 잘 보급이 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인간의 가치를 찾는 추세와 더불어 좋은 화가들과 작품들이 대거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

작품을 통해 느끼는 서정(Lyricism)과 인상(Impressionism)

우리들에게 비교적 친근한 용어로 서정과 인상이란 말이 있는데 서정은 감정의 표정이나 정서상의 발로를, 그리고 인상은 뚜렷한 감명이나 마음의 각인 등을 의미한다. 우리들이 일상적인 삶에서 느껴보는 공허감은 서정적이거나 인상적인 감정을 통해서 위로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우리의 감정을 정화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카타르시스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화가는 풍경화에 있어서도 초상화와 마찬가지로 관람자들이 작품을 대할 때 남다른 서정과 인상을 남기고 싶어한다. 고향이 부산이라 늘상 바다와 먼 수평선과 밀려드는 파도, 그리고 인근의 산들이 좋았다. 변함없이 순수한 자연을 마주할 때 왠지 가슴이 요동치면서 깊은 심연으로부터 서정적인 사무침에 빠져보는 경험은 우리가 좋은 작품에서 공감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누구나 지니고 있을 것 같다. 

 

버클리 대학의 미술교수였던 허셀 치프(Herschel B. Chipp 1913-1992)는 <현대예술의 이론 (Theories of Modern Art-A Source Book by Artists and Critics)에서 “완전한 예술이란 모든 것을 집합시키면서 완성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그림(Painting)이라는 예술작품을 관람하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단 한번에 모든 것을 머리속에 집합시켜 버린다고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회화가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되고 있으며 이런 것은 모든 감각들을 그림속에 농축시켜 버리기 때문이며 동시에 실제로 뛰어난 그림을 보게 되는 경우 단 한번의 관람으로 인간의 숭고한 정신세계를 가장 심오한 감상 속으로 빠지게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같이 작품을 통해 느껴보는 강한 서정(Lyricism)과 인상(Impressionism)은 회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생명이 되는 것 같다.최근들어 모든 분야에 걸쳐 웰빙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즉 건강하고 즐거운(Well) 삶(Being)이란 보다 나은 물질적인 의.식.주 뿐 아니라 이와 균형있는 정신생활까지도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순수한 자연속에서 생활하고 싶어하며 과거보다 아름답고 인간이 존중되는 삶을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서양의 자연주의와 인간주의 사상이 서로 결합하여 진다면 참으로 가능할 것 같다. 인간의 마음과 두뇌속에 이와같은 서정과 인상을 찾는 것도 우리가 요즈음 희구하는 웰빙을 추구하는 추세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